Bach : Six Partitas, BWV 825 - 830

Bach : Six Partitas, BWV 825 - 830
András Schiff, piano
(ECM, 2009)


198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태생의 안드라스 쉬프 András Schiff 가 내놓은 바흐의 6개의 파르티타 음반을 처음 들어본 것은 중학교 1학년때 였습니다. 순진하게 생긴 얼굴의 쉬프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있던 LP 자켓의 음반이었지요. 쇼팽으로 시작하여 베토벤을 거치면서 바로크 키보드 음악을 거의 처음 접하던 시기였지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만큼이나 쉬프의 피아노 소리는 다른 의미에서 큰 의미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른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호로비츠의 영롱함과는 또다른 논리적이고 청명하게 느껴지는 쉬프의 연주는 '바른 생활' 을 하는 사람의 연주같았다고 할까요.

2009년, 쉬프는 다시 바흐의 6개의 파르티타 음반을 들고 왔습니다. 1985년 데카 DECCA 에서 발매했던 음반과 달리 ECM 에서 내놓은 이번 음반은 그의 전작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여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들을 연주했던 독일 노이마르크트 라이츠슈타델 Neumarkt Reitstadl 에서 바흐의 음악을 녹음했습니다. 피아노의 음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잔향 그리고 ECM 의 뛰어난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노력으로, 쉬프는 1985년 녹음을 연주면에서나 음향면에서나 훨씬 뛰어넘는 역작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바흐의 라이프치히 Leipzig 시대 (1723-50) 에 속하는 1726년부터 4년간 쓰여진 6개의 파르티타는 같은 시기에 쓰여진 영국 조곡 English Suites, 프랑스 조곡 French Suites 과 더불어 Clavier-Übung I (키보드 연습곡집 I)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바흐 사후 19세기에 이르러, 이 연습곡집에 있던 곡들을 영국 조곡, 프랑스 조곡으로 구별하여 부르면서, 6개의 파르티타들은 독일 조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성면에서 영국 조곡의 모든 첫 곡이 Prelude 로, 프랑스 조곡의 경우는 Allemande 로 시작하는 반면 이 6개의 파르티타는 각기 다른 곡들을 첫 곡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쉬프는 1985년 녹음에서는 1, 2, 6, 3, 4, 5 번의 순서로 트랙을 구성한 반면, 2009년 녹음에서는 5번 G장조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 1, 2, 4, 6 번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은 G - Am - B flat - Cm - D - Em 의 조성의 순서를 따라 연주한 것이기도 합니다. 바흐가 만들어낸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여섯 개의 파르티타들은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와 더불어, 바흐 키보드 음악의 결정이자, 바로크시대 키보드 음악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합니다. 어두운 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더욱 밝고 깨끗하게 느껴지듯 쉬프의 연주에는 순수함과 청명함이 가득합니다. 거기에 더해져 그의 바흐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은, 이제 바흐 음악의 동시대적 규범으로 안드라스 쉬프를 선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CelloFan's Track :
Partita II in C minor, BWV 826 - II. Sarabande

두번째 파르티타는 첫곡 Sinfonia 부터, 마지막 곡인 Capriccio 까지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은 그 절정을 드러내고 있는 듯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네번째 곡인 Sarabande 는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구성의 이 곡은 쉬프의 절제되면서도 숨어 들어가지 않는 표현력 덕분에 바로크의 옷을 입고 낭만적인 춤을 주는 듯 싶습니다.


References :
http://en.wikipedia.org/wiki/Bach
http://en.wikipedia.org/wiki/Partitas,_BWV_825-830
http://en.wikipedia.org/wiki/Andras_Schiff

영국 Guardian 지와의 인터뷰, 1999
http://www.guardian.co.uk/friday_review/story/0,,296686,00.html
Schiller Institute 와의 인터뷰, 2002
http://www.schillerinstitute.org/fid_02-06/021-2schiff.html

by CelloFan | 2009/11/03 21:48 | Music_Log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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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ungsuk at 2009/11/03 23:48
폴리니만 아니었어도 저의 Recording of the Year에 선정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CelloFan at 2009/11/04 11:42
저도 연말쯤에 Recording of the Year 를 뽑아봐야 겠네요!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11/04 17:33
근데 저는 쉬프의 ECM 사운드가 좀 인위적으로 들려요.... 좀 더 나쁘게 말하면 왠지 소리들이 가식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고 해야 하나, 자꾸 듣기엔 뭔가 거슬리는 좀 불편한 감이 없지 않네요.
오디오가 나빠서 그렇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아무튼 실제로 들었던 쉬프의 소리는 그렇게까지 똘망똘망거리고 막 영롱하고.. 그런 면은 별로 없었거든요.(그래서 더 맘에 들었었고..)
근데 ECM 레코딩들만 들으면, 왠지 꽤 신경이 거슬리는 뭔가가 있단 말이죠.. 좀 지나친 소리들인 것처럼..
물론, 말씀하신대로 연주는 정말 환상적입니다만....

그나저나 제가 구글 크롬을 쓰는데, 올려놓으신 음악 파일이 매번 로딩되다가 브라우저 전체가 먹통이 되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네요. 익스플로러에서는 잘 보이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CelloFan at 2009/11/04 21:49
저는 실제 연주와 레코딩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실제 연주를 멀티채널로 녹음해서 프로세싱을 거쳐 녹음용 마스터파일을 만들고, 실제로 CD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데요. 그 일이후로, 연주와 레코딩은 엄격하게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음반작업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실제 연주와 음반으로 들리는 연주사이에서 방황하지 않고, 그 나름의 작업으로서 가치를 부여할때 비로소 콘서트 연주자로서 그리고 레코딩 연주자로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서투른 생각을 합니다.

리히테르의 필립스 목욕탕 사운드나 쉬프의 이번 ECM의 '영롱한' 사운드 모두, 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도리어 하이페리온이나 하모니아 문디에서 나왔다면, 무척 건조한 사운드로 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번 쉬프의 음반은 제 책상 위에 있는 캐슬 리치몬드에서는 그림자놀이님댁 오디오에서와는 달리 아주 똘망똘망한 소리는 안나는 것 같아요. 스피커의 특성도 분명 영향이 있을듯 싶구요. 스피커마다 특정 주파수 대역을 '채색' 하는 듯한 소리를 내주는 녀석들이 많거든요.

제가 웹을 잘 몰라서, 구글 크롬과 익스플로러의 HTML 에 대한 처리방식의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마우스 오른클릭을 해서 소스보기를 보시면, 별다른 것 없이 그냥 embed 태그로 이뤄져 있긴 합니다. 그 안의 옵션들은 그냥 저도 긁어다가 쓰는 거라서... 잘 모르겠어요 ^^.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에 소홀하게 되었네요 ㅋㅋ.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11/05 03:44
페이지 오류는....이제껏 문제 없었는데 왜그러나 모르겠어요. --;

어쨌거나 제 취향엔 그 '영롱한' ECM 사운드가 매번 왠지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니 좀 난감합니다. 쉬프의 연주를 참 좋아하는데 말이죠. ^^ 하긴 목욕탕스러운 사운드보다야 낫지만...

저는 녹음이 전혀 다른 종류의 창조적인 작업이라 생각하곤 하는 편이라서, ECM 사운드가 제 귀에는 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 쉬프 아저씨가 만들어내고 싶은 소리가 이런소리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음 하나 하나를 깐깐하게 다루며 갈고 닦는 것 같던 그의 손길을 떠올려보면, 그에게 이런 사운드는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구요.

사실 그가 연주하는 너무 착한 바흐가 왠지 약간 불편했던 것처럼, 너무 영롱하고 아름다운 바흐도 쬐끔 불편하게 들리는 것은 아마도 스피커 문제가 아니라 제 됨됨이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도 폴리니만 아니었어도 올해의 음반, (몇 개 있지도 않습니다만), 줬을 앨범입니다. ^^
근자에 내 놓은 쉬프의 바흐를 듣다보면
그가 어느정도 '득도' 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렇긴 한데....
그래도 왠지 담배 한 대 피워물고 편안하게 친 것 같은 폴리니 쪽으로 손이 가는 가을입니다.

아참, CELLOFAN 님이 소개해 주시는 올해의 음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chungsuk at 2009/11/06 02:01
올려놓으신 음악은 윈도우즈 미디어 플레이어를 통해 재생하게끔 되어있는데, 이게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는 늘 충돌을 일으킵니다. 저는 파이어폭스를 쓰는데 크롬처럼 늘 죽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처럼 어도비 플래쉬를 기반으로 하는 플레이어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imeem 같은 웹사이트에서 그런 기능을 제공하는데요, 아마 그냥 이글루스에서 한 번에 업로드하는 것보단 귀찮긴 하실 겁니다 ㅎㅎ
Commented by CelloFan at 2009/11/06 09:20
글쿤요. 말씀해주신 imeem 을 이용하는 방법을 한번 연구해봐야 겠네요 ^^.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Cboyblues at 2009/11/07 18:30
자켓 굉장히 좋군요 - 동판화 같은 느낌이 -
Commented by CelloFan at 2009/11/09 10:54
ECM 자켓들은 하나같이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있는 디자인들인것 같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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