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왕순대 @ 교대, 서울

교대역 근처에 있는 백암왕순대에서 저녁을 먹었다. 순대라는 음식은 '몹쓸입맛' 을 지닌 나에겐 그리 친하지 못한 음식중 하나다. 고기는 순살코기외엔 뼈나 내장의 낌새라도 있으면 아예 손을 못대던 성격이었다. 그래서 당면이 들어있는 싸구려 순대조차도 중,고등학교때 잘 먹질 못했다. 놀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 먹는 시늉을 하느라 1,2개 집어먹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대학교때 대학로에서 과음을 했던 적이 있었다. 동동주에 파전을 먹었는데, 파전은 그리 손도 안대고 동동주에 맛이 들려서 새벽 1시까지 달리고선, 다시 새벽 3시까지 노래방에 가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비가 오던 무척 쌀쌀한 새벽이었는데, 일행들이 해장을 위해, (실은 소주를 한잔 더 하기위해 -_-) 순대국밥집에 가자고 했다. 나는 순대랑 친하지 않다고 했지만, 나의 의견따위는 가볍게 무시되었고 결국 순대국밥을 앞에 두게 되었다.

죽을 상인 내 얼굴을 앞에 두고, 사람들은 무척이나 맛나게 순대국밥을 먹었다. 물론 소주도 한잔씩 마시면서. 그 맛나게 먹는 모습이 어찌나들 이뻐 보였는지, 나도 모르게 같이 순대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순대를 먹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순대외의 간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잘 먹지 못한다. 몹쓸 입맛은 아직 고쳐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먹지 못하던 것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발전인가.

백암왕순대의 순대모듬은 보는 것에서부터 맛이 느껴진다. 불위에서 계속 수증기로 데워지면서, 촉촉한 순대와 고기는 따로 된장이나 양념장에 찍어먹지 않더라도 아무런 텁텁함이나 부담이 없을 정도다. 나는 소주를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이런 음식은 정말로 소주한잔이 필요하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된다. 그 세가지가 모여야 진짜 마리아주가 완성되는 순대집에서의 저녁식사가 되는게 아닐런지.

by CelloFan | 2008/11/22 16:26 | Life_Log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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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onjo at 2008/11/23 00:22
맛있겠다!!!!
Commented by CelloFan at 2008/11/23 01:56
맛있슴다!!!!
Commented by sai at 2008/11/23 14:18
백암에서 왕순대를 못봤는데 메뉴를 좀 더 개발한 것 같네요.
두꺼운건 마치 오징어순대처럼 보이는군요.
하지만 너무 가지런해서 좀 그래요.
너무 정갈한 분위기가 나면 순대먹는 맛이 반감된다능.ㅋ
Commented by CelloFan at 2008/11/24 09:35
오징어순대였나... 기억이 잘 안나네요 ^^. sai 님과 반대로 저는 저렇게 담겨있어서 그나마 잘 먹은것 같아요. 그래도 저의 몹쓸입맛이 sai 님을 비롯한 봄다방 분들과 함께 맛집 찾아댕기면서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마육봉 at 2008/11/24 12:23
오징어는 아니고, 대창이었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CelloFan at 2008/11/24 12:51
대창이었군요. 그냥 먹느라 정신없다는... 그날도 감기기운이 있어서 어떻게든 잘먹어야 겠다는 일념밖에...
Commented by 호옹 at 2008/11/24 15:11
이야~ 딱 보기에도 맛있게 보이네요.
그 자리에 갔었어도 그 날은 속이 메롱이어서 맛도 못봤을 듯...ㅠ,.ㅠ
Commented by CelloFan at 2008/11/24 17:21
곧 다시 한번 가시죠!
Commented by 그로밋 at 2008/11/24 15:30
아웅~ 또 먹구 싶어져요~~~~ ((츄릅..츄릅..))
Commented by CelloFan at 2008/11/24 17:22
또 먹음 됩니다! ㅋㅋ
Commented by 여름 at 2008/11/26 12:52
회사근처네요.
백암왕순대. 맛있습니다.
소주한잔-술국 두숫가락-순대 두점 이렇게 순배를 돌기 시작해서 결국은...
오늘 한잔 빨아야하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CelloFan at 2008/11/26 13:17
앗 안녕하세요. 본조형네 블로그에서 뵈었던 '여름' 님이시군요. ^^ 순대랑 많이 친하지 않은 저에게도 무척 맛있었습니다.
Commented by 여름 at 2008/11/26 15:01
왠일로 눈팅하다, 백암왕순대에 홀려 인사도 없이 덧글을 올렸습니다.
사진도 잘찍으시고 앞으로 많이 방문하겠습니다.
Commented by CelloFan at 2008/11/26 16:01
반갑습니다! 여름님 블로그에 가면 음악에 대한 넓은 식견에 놀라곤 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가겠습니다. 워낙 아는게 없어 리플을 잘 못달아도 ㅋㅋ 이해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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